[입장문]더 빠른 피해구제로 이끄는 집단소송제를 위한 ‘책임비례형 5대 원칙’을 제안한다

정책자료 2026-09-02 조회 47

(사)한국상생제조연합회(이하 한상연)는 집단소송제 확대 논의가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고, 기업의 책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집단소송제가 소송 규모와 숫자 늘리기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피해를 본 소비자가 더 빠르게 구제받고, 기업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며, 결과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지난 4월, 한상연은 집단소송제 확대 과정에서 중소 제조기업의 현실과 제조업의 복잡한 공급망 구조가 고려되어야 함을 밝혔습니다. 단순한 제도 도입 찬반을 넘어, 어떠한 집단소송제를 만들지 깊이 논의하고자 ‘책임비례형 집단소송제 5대 원칙’을 제안합니다.

1.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따른 옵트인(Opt-in) 원칙

집단소송제는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소송 확대를 방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피해자까지 일률적으로 판결에 묶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은 기업의 법적 위험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대규모 소송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금력과 소송 대응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 제조기업은 실제 귀책과 관계없이 대규모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집단소송의 참여 여부는 피해자가 자기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옵트인(Opt-in)’ 방식을 원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집단소송의 문턱만 낮춰서는 소비자 보호가 완성되지 않습니다. 피해자의 참여와 신속한 구제를 보장하면서도 소송의 무분별한 확대를 방지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합니다.

2. 소급 적용 불가 원칙

새로운 집단소송제는 법 시행 이후 발생한 행위와 피해부터 적용해야 합니다.

우리 헌법은 제13조 제2항에서 소급입법으로 재산권을 박탈하지 못하게 합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법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원칙입니다.

특히 기업은 당시의 법률과 규제 환경을 기준으로 투자와 계약, 위험관리 체계를 구 축합니다. 과거의 행위에 새로운 집단소송 절차를 소급 적용한다면, 당시에는 예측 할 수 없었던 대규모 법적 위험이 사후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대기업을 넘어 장기적인 거래관계를 기반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중소 제조기업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 의사결정을 현재의 잣대로 평가하면 기업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의 권리구제 필요성과 함께 법적 안정성,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여 집단소송제의 소급 적용은 배제해야 합니다.

3. 제조공급망 귀책 비례 원칙

거래관계가 아니라 실제 귀책 정도에 따라 책임을 부담해야 합니다.

하나의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는 완성품 기업뿐만 아니라 수많은 부품·소 재, OEM·ODM 생산, 물류·유통기업이 함께 참여합니다. 복잡한 공급망 구조에서 관계 기업을 일률적인 책임구조로 묶어 소송을 진행하면, 실제 잘못의 정도와 관계없이 영세·중소기업이 먼저 경영 위기에 내몰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기업별 과실 정도와 인과관계에 따라 책임을 구분하는 원칙을 확립해야 합니다. 특히 완성품 기업의 설계·관리 책임과 부품·소재 기업의 제조상 책임을 합리적으로 구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책임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집단소송제가 기업의 규모에 따라 책임을 묻는 제도가 아니라, 실제 책임에 비례해 책임을 부담하는 제도가 되어야 합니다.

4. 자발적 피해구제와 신속한 피해구제 우선 원칙

책임을 먼저 이행하는 기업이 오히려 불리해지는 구조를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통지, 발 빠른 보상, 재발 방지 조치에 스스로 나선 기업이 대규모 집단소송에 노출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기업은 먼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법적 책임을 끝까지 다투는 것이 유리해질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소비자 보호는 장기간 소송이 아니라 신속한 피해보상입니다. 따라서 대규모 집단소송에 앞서 기업의 자율적인 피해구제와 정부·전문기관의 조정 및 중재가 우선 작동하는 해결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기업의 피해구제 조치가 향후 손해배상액 산정에서 합리적으로 반영되도록 제도적 유인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에는 엄중한 책임을 묻되, 스스로 피해를 구제하고 재발 방지에 나서는 기업에는 그 노력을 인정해야 합니다. 소비자의 신속한 피해구제와 기업의 책임 있는 행동을 동시에 이끌 수 있습니다.

5. 책임·구제의 중복 방지 및 관계 명확화 원칙

다양한 책임 수단 간의 관계를 명확히 설계하고 중복 부담을 방지해야 합니다.

기업의 보상 조치, 민사상 손해배상, 행정제재 등 서로 다른 책임 수단의 역할을 정교하게 설정해야 합니다. 특히 기업이 피해자에게 지급한 피해보상액을 향후 법적 손해배상액에 중복해서 산정하지 않도록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기업이 이중 부담 없이 자발적 구제 조치에 선뜻 나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결국 집단소송제는 기업을 처벌하려는 제도가 아니라 피해자의 실질적인 구제를 앞당기고 기업의 책임 있는 행동을 유도하는 제도가 되어야 합니다.

한상연은 정부의 집단소송제 확대 취지에 공감하나,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기업 현장의 복잡한 사고 구조를 단순화하는 방식에는 우려를 표합니다.

악의적인 기업에는 엄격하게, 자발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는 합리적으로, 중소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상생의 방식으로 나아가야 집단소송제가 건강한 제도로 정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국회와 정부가 집단소송제의 외형적 확대를 넘어 소비자의 실질적인 피해구제, 기업의 자발적인 책임 이행, 중소 제조기업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를 마련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2026년 9월 2일

한국상생제조연합회 협회장 한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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